신장의 중요성과 기능
신장은 우리 몸에서 생명을 유지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장기 중 하나입니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좌우 두 개의 신장을 가지며, 각각은 등 쪽 허리 높이에 위치해 있습니다. 신장의 무게는 한 개당 약 150g 정도로 작지만, 전체 혈액의 약 20~25%가 신장을 통해 순환될 정도로 혈류량이 많고 활발한 기능을 수행합니다. 하루에 신장은 약 180리터의 혈액을 여과하며, 이 중 1~2리터만이 소변으로 배출되고 나머지는 다시 체내로 흡수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신장은 단순히 ‘소변을 만드는 기관’에 머무르지 않고, 체내 항상성 유지, 내분비 기능, 면역 조절 등 광범위한 기능을 수행합니다.
1. 신장의 해부학적 구조
신장은 여러 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구조적 기능이 잘 조화되어 체내 환경을 정밀하게 조절합니다.
- 신피질(Renal Cortex): 신장의 바깥 부분으로, 사구체(glomerulus)와 세뇨관(proximal and distal tubules)의 일부가 존재하여 여과 기능을 담당합니다.
- 신수질(Renal Medulla): 신피질 안쪽에 위치하며, 헨레고리와 집합관이 존재해 농축 작용을 수행합니다.
- 신우(Renal Pelvis): 여과된 소변이 모여 요관으로 배출되는 통로입니다.
- 네프론(Nephron): 신장의 기본 단위로, 한 개의 신장에는 약 100만 개의 네프론이 존재하며, 각각이 여과, 재흡수, 분비, 배설의 전 과정을 수행합니다.
2. 신장의 주요 기능
신장은 단순히 노폐물을 걸러내는 장기를 넘어서 체내 수많은 생리적 균형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주요 기능은 다음과 같습니다.
2-1. 노폐물 및 독성 물질 배출
신장은 간에서 대사 된 물질, 음식 섭취로 발생한 불필요한 물질, 죽은 세포의 잔해 등을 소변으로 배출하여 체내를 청결하게 유지합니다. 주요 노폐물로는 요소(urea), 크레아티닌(creatinine), 요산(uric acid), 약물 대사산물 등이 있습니다. 만약 신장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면 이 물질들이 혈중에 축적되어 요독증(uremia)을 유발합니다.
2-2. 체액 조절
신장은 혈액 속 수분 농도를 감지하여 필요시 소변으로 배출하거나 재흡수함으로써 체내 수분 균형을 유지합니다. 체액 과잉 시에는 희석된 소변을 배출하고, 부족할 경우에는 농축된 소변을 만들어 수분 손실을 최소화합니다.
2-3. 전해질 균형 유지
우리 몸은 나트륨, 칼륨, 칼슘, 인, 마그네슘 등의 전해질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정상적인 세포 기능이 가능합니다. 신장은 전해질을 필요에 따라 배출하거나 재흡수하여 항상성을 유지합니다. 특히 칼륨의 농도는 심장 박동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신장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2-4. 산-염기 균형 유지
혈액의 pH는 약 7.4로 유지되어야 하며, 신장은 여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산성 대사산물(예: 수소 이온, 황산염, 인산염 등)을 소변으로 배출하고, 알칼리 성분인 중탄산염을 재흡수하거나 생성함으로써 산-염기 균형을 맞춥니다.
2-5. 혈압 조절
신장은 체액량과 전해질 농도를 조절함으로써 혈압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내분비 작용을 통해 직접적으로 혈압을 조절합니다. 주된 메커니즘은 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 시스템(RAAS)입니다. 혈압이 낮아지거나 신장으로 가는 혈류가 줄어들면 레닌이 분비되고, 이로 인해 혈관 수축과 염분 재흡수가 일어나 혈압이 상승합니다.
2-6. 적혈구 생성 조절
신장은 에리스로포이에틴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하여 골수에서 적혈구 생성을 촉진합니다. 산소 농도가 낮아지거나 혈류가 줄어들면 에리스로포이에틴 분비가 증가합니다. 만성 신부전 환자들이 빈혈을 겪는 주요 원인이 바로 이 호르몬의 부족입니다.
2-7. 비타민 D 활성화
섭취된 비타민 D는 간에서 25(OH) D로 1차 전환된 후, 신장에서 1,25(OH) 2D, 즉 칼시트리올(calcitriol)로 전환됩니다. 이 활성형 비타민 D는 장에서 칼슘과 인의 흡수를 촉진하며, 뼈 건강과 면역 기능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2-8. 면역 및 독성 반응의 조절
신장은 다양한 사이토카인을 분비하거나 제거함으로써 염증 반응 및 면역 조절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신장은 체내 염증 수준을 조절하는 데 일부 기여하며, 면역세포의 활성에도 간접적 역할을 합니다.
3. 신장 기능 이상 시 나타나는 증상
신장이 손상되면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지만, 기능이 30% 이하로 감소할 경우 다양한 전신 증상이 나타납니다.
- 부종: 수분 배출이 원활하지 않아 얼굴, 다리, 발 등이 붓는다.
- 빈혈: 에리스로포이에틴 부족으로 적혈구가 감소한다.
- 피로감: 노폐물이 체내에 축적되어 신체 전반 피로가 증가한다.
- 고혈압: 체액 증가 및 RAAS 활성화로 혈압이 상승한다.
- 소변 변화: 거품뇨, 혈뇨, 야뇨, 소변량 감소 등이 나타난다.
- 가려움증: 요소와 요산 축적으로 피부 가려움증이 발생한다.
4. 신장 질환의 주요 유형
4-1. 급성 신부전 (Acute Kidney Injury)
급작스럽게 신장 기능이 저하되는 상태로, 탈수, 약물 독성, 외상, 감염 등이 원인이 됩니다. 조기 치료 시 회복 가능성이 높습니다.
4-2. 만성 신부전 (Chronic Kidney Disease, CKD)
수개월 이상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는 신장 손상으로, 당뇨병, 고혈압, 사구체신염 등이 주요 원인입니다. 치료하지 않으면 말기 신부전으로 진행되어 투석이나 이식이 필요합니다.
4-3. 신장 결석 (Nephrolithiasis)
칼슘, 옥살산, 요산 등과 같은 물질이 응집되어 신장이나 요관에 결석을 형성하는 질환입니다. 극심한 옆구리 통증, 혈뇨, 메스꺼움이 동반됩니다.
4-4. 사구체신염 (Glomerulonephritis)
신장의 여과기인 사구체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자가면역 질환이나 감염 후 합병증으로 발생합니다.
4-5. 다낭신 (Polycystic Kidney Disease)
유전성 질환으로, 신장에 다수의 낭종이 생기며 점차 기능을 저하시키는 병입니다.
5. 신장 건강을 지키는 생활습관
- 매일 충분한 수분(1.5~2리터) 섭취로 탈수 예방
- 과도한 소금(나트륨) 섭취 제한
- 단백질 섭취는 적정량으로 유지 (지나친 고단백 식단은 신장에 부담)
- 정기적인 혈압, 혈당 관리로 만성 질환 예방
- 약물 복용 시 신장 독성 확인 (진통제, 항생제 등)
- 금연과 절주, 꾸준한 유산소 운동
- 정기적인 소변검사와 혈액검사로 조기 이상 감지
6. 결론
신장은 작지만 복잡하고 정교한 기능을 가진 장기로, 체내의 생리적 균형을 유지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기관입니다. 신장이 수행하는 여과, 배설, 내분비, 조절 기능은 생명과 직결되며, 한번 손상된 신장은 완전한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사전 예방과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현대사회에서 고혈압, 당뇨, 비만 등 만성질환의 증가로 신장 질환의 유병률도 급격히 높아지고 있습니다. 평소 신장 건강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건강한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실천하는 것이 장기적인 건강을 지키는 가장 현명한 방법입니다.